기업들이 흥분하고 있다. 그들은 직접 참석해 박람회를 오감으로 체험하길 원한다.
(게리 샤피로 미국소비자기술협회장)
2022년 1월 5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정보기술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2022'를 주관하는 게리 샤피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회장이 지난달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기업의 참여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국내 최대 기업들의 관련 생각들은 어떠한지 알아보자.
현대자동차의 '로보틱스 비전'
2022년의 CES는 오미크론 확산의 우려로 참여기업이 2020년 대비 절반 정도로 줄었다. 그러나 2년 만에 열리는 오프라인 전시인 만큼 참여 기업의 기대 또한 크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국내 큰 기업들의 기술적인 동향과 전망, 트렌드를 알아보자.
먼저 현대자동차는 최근 CES 참가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메타버스와 결합한 로보틱스 기술을 통해 이동의 역할과 형태에 대한 미래 변화상을 제시하겠다."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 시장에 진출해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을 토대로 인간의 이동 경험을 확장하겠다는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했다. 로보틱스의 비전은
- 사용자의 이동 경험이 혁신적으로 확장되는 '메타 모빌리티'
-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Mobility of Things(MoT)' 생태계
- 인간을 위한 '지능형 로봇'
으로 구체화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력도 함께 선보였다. 로보틱스를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이자 신개념 모빌리티로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카 2종을 선보이는데 이 차량은 네 바퀴가 90도로 꺾여 평행 주차가 가능하며 커뮤니케이션 램프로 주위와 소통한다. 현대자동차가 본업인 자동차가 아닌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이유가 있다. CES2020 당시 기조연설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현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안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개인용 비행체와 도심 공항 등이 결합된 도심 항공 모빌리티와 환승 거점, 설계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의 요소로 구성된 차세대 이동 체계이며, 차량 공유 업체 우버와 공동으로 개발한 수직 착륙 비행체 콘셉트 'S-A1'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대자동차는 지상과 공중의 모빌리티를 엮는 차원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해 12월 우버가 자율주행 및 에어택시 사업을 매각하면서 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 해졌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창업한 로봇 기업으로, 오지 주행을 위한 4족 보행 로봇이나 완전 자율 직립 2족 보행 로봇 등 고유의 기술력으로도 잘 알려진 기업이다. 다만, 고도의 기술력과는 별도로 뚜렷한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로봇과 모빌리티 시장의 결합 가능성을 본 현대자동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우버와 진행했던 미래 모빌리티 사업까지 커버하는 새로운 비전을 구상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로보틱스 비전'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과 함께 등장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이번 CES2022 기조 연설에서 "로보틱스는 더 이상 머나먼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현대자동차는 로보틱스를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진행한 사업에 대해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특히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결돼 인류의 이동 범위가 가상공간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로, 이를 통해 사용자는 새로운 차원의 이동 경험을 할 수 있다. 가상공간이 로봇을 매개로 현실과 연결되면 사용자는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대리 경험까지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술 등의 혁신으로 미래 모빌리티 간 경계가 파괴되고 자동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는 스마트 디바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능형 로봇'은 지각 능력을 갖추고 인간 및 외부환경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로보틱스 기술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 아틀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인간의 한계 극복을 돕는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 기술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메타 모빌리티 새로운 차원의 이동경험 가능성
현대자동차는 미래에는 인터넷 등에 구축된 기존 가상공간의 개념을 넘어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사라진 새로운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적인 한계로 가상공간에서만 머물던 사용자 경험이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현실과 연결되고, 사용자가 가상과 현실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궁극의 이동 경험을 할 수 있는 '메타모빌리티'세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는 자동차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되기도 하고 업무를 위한 회의실이 되기도 하며 심지어는 3D 비디오 게임을 즐기기 위한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것을 의미)을 통해 가상 속 현실세계에 접속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자가 메타버스에 구축된 가상의 집에 접속하면 물리적 제약 없이 현실에 있는 로봇과 상호작용하며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고 안아주고 함께 산책도 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는 현실과의 동기화를 통해 마치 실제로 직접 행동하는 듯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에 실제와 같은 쌍둥이 공장을 구축하고 로봇을 포함한 모든 기기와 장비들을 이와 밀접하게 연결시켜, 사용자가 가상공간에 접속해 실제 공장을 운용,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도 구현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으며 실제로 공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해결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해외 공장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국내의 사용자가 디지털 트윈에 구현된 해외 공장에 접속, 현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지시하면 로봇이 수행하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마이크로소프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으로 이 같은 스마트 팩토리 구상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향후 기술의 진화로 로봇의 대리 경험을 사용자가 직접 느끼는 것도 가능(Proxy Experience)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 단계에서는 후각, 촉각, 등 로봇이 수집하는 다양한 감각 데이터가 사용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사용자가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같은 로봇을 매개로 하는 경험이 우리의 일상은 물론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오며 이 과정에서 로보틱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Mobility of Things(MoT) 모든 사물이 자유롭게 스스로 움직이는 생태계
현대자동차는 사물의 크기, 형태와 무관하게 움직임을 제공하는 첨단 로보틱스 기술도 선보였다. 이를 통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MoT 생태계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CES 2022에서 최초로 공개한 PnD모듈은 인휠(in-wheel) 모터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및 환경인지 센서를 하나로 결합한 일체형 모빌리티이다.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를 바탕으로 지능형 스티어링, 주행, 제동이 가능하고 , 특히 연속적인 360도 회전은 물론 자유로운 움직임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자동차는 DnL모듈이 적용된 신개념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Mobile Eccentric Droid)도 공개했다. DnL모듈은 각 휠이 독립적으로 기능하며, 각 휠에 장착된 모터가 몸체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돼 원하는 기울기를 확보할 수 있다. 납작한 직육면체 모양의 몸체에 DnL모듈 기반의 네 개의 바퀴가 달린 모 베드는 요철, 계단, 경사로 등에서 몸체를 수평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휠베이스와 조향각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대자동차는 PnD모듈, DnL모듈과 같은 창의적인 로보틱스 기술이 'MoT'생태계의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신개념 로보틱스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지능형 로봇' 외부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인간 중심 로봇
최근 AI의 발달로 로보틱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 아틀라스처럼 역동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고 균형을 잡으며 심지어는 상당한 수준의 지각 능력을 보유한 로봇들이 등장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인 스팟은 각종 센서, 카메라 등을 탑재하고 있으며 인간을 대신해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다. 고온, 혹한 등 극한의 상황이나 자연재해 지역, 방사능 오염 지역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한 곳에서도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형태와 움직임을 갖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신속한 물류처리를 위한 물류형 로봇 스트레치 등도 인간의 편의를 위해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로봇들이 더 많은 분야와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특히 우주공간이나 다른 행성에서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벡스(VEX, Vest Exoskeleton)등의 웨어러블 로봇이 인간의 신체장애를 보조하고 인간의 능력을 향상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인간의 신체에 직접 적용되는 것이 특징으로, 이 같은 기술이 보편화되면 인간은 무거운 물체를 쉽게 들어 올릴 수 있고, 휠체어와 보행 보조기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관람객들을 아바타화하여 가상공간에서 함께 소통하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존'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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